질문이 만든 아이의 변화
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그들의 가능성을 너무 일찍 단정 지어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조용한 아이는 수줍음이 많다고 여기고, 산만한 아이는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발표를 하지 않는 아이는 생각이 없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브루타 수업을 통해 저는 그런 판단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시선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질문이 중심이 되는 하브루타 수업에서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말이 없던 아이가 친구의 질문에 반응하며 말을 시작하고, 장난기 많던 아이가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교실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아이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존재’로 성장하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아이가 가진 진짜 모습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질문은 단순한 수업 기법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입니다. 특히 교사가 아닌 친구의 질문은 더 진한 울림을 남깁니다. 한 아이가 던진 “너는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 있어?”라는 질문은, 수많은 이론이나 설명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하브루타는 단지 지식을 나누는 수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서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연결되는 감동의 교육입니다.
발표를 두려워하던 아이의 작은 용기
제가 담임을 맡았던 반에는 발표를 무척 두려워하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수업 시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도 말이 적고, 눈을 마주치기조차 어려워했습니다. 그러나 하브루타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친구의 질문에 작은 소리로 "그럴 수도 있어"라고 속삭이던 그 아이는, 한 달 후 ‘질문 만들기’ 활동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질문을 제출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쓴 것이었습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더라도 따라가야 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을 읽는 순간,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질문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아이의 삶과 감정이 담긴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놀라워했고, 교실은 그 질문을 중심으로 깊은 토론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스스로 손을 들고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주인공처럼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하면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교실은 조용해졌고, 모두가 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점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브루타는 그 아이의 입을 연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열린 마음은 생각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키며, 결국 삶을 바꿉니다. 질문은 그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아이 안에 있는 감동
하브루타 수업을 하면서 제가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감동’입니다. 책 속 주인공의 선택을 두고 아이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나는 그 생각에 공감해”라고 말하는 순간, 교실은 단순한 수업 공간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 살아 숨 쉬는 진짜 공동체가 됩니다. 한 번은 『무지개 물고기』를 읽은 뒤, "나눔은 왜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깝기 때문이에요”,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지만, 한 아이는 말했습니다. “저는 나누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필요한 것 같을 때요.” 이 말은 교실을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그런 순간 있지”라고 말했을 때, 저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하브루타는 단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감동은 늘 거창한 변화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한 아이의 한 줄 질문, 그 질문에 대한 친구의 공감, 조용히 손을 들어보는 작은 용기, 말 한마디에 담긴 진심. 하브루타는 그런 작고 따뜻한 순간들로 교실을 채워줍니다. 그 순간들이 모여 한 학급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의 마음을 자라게 합니다.
하브루타는 질문이 중심이 되는 수업입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단순히 수업의 소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질문은 지식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여는 열쇠’입니다. 하브루타는 아이들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던 감동과 가능성을 꺼내준 것뿐입니다. 저는 그 과정에 함께한 교사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저는 교육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매 순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 자라는 아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힘이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으로 배우는 따뜻한 물음 (0) | 2025.04.20 |
---|---|
『괜찮아』로 초등 1학년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독서 활동 (0) | 2025.04.18 |
교실 밖에서 실천하는 생활 속 하브루타 – 일상에서 만나는 질문의 교육력 (0) | 2025.04.17 |
하브루타와 성품 교육의 만남 – 인성과 지혜를 키우는 질문의 힘 (0) | 2025.04.16 |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하브루타 독서의 힘 (0)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