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자라는 아이들

교실 밖에서 실천하는 생활 속 하브루타 – 일상에서 만나는 질문의 교육력

책토끼 할머니 2025. 4. 17. 13:55

가족

형식이 아닌 태도

하브루타는 일반적으로 교실 안에서 독서 토론이나 수업 활동의 한 방식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그러나 하브루타의 본질은 '질문을 통한 사고의 확장''상호 소통을 통한 성장'이기 때문에, 굳이 교과서와 책에 국한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교실 밖,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험과 장면들이 하브루타 교육의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 친구와의 대화, 동네 시장에서의 한 마디 속에도 충분히 하브루타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교사였던 저는 가정에서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부모님께 강조하곤 했습니다. 식사 자리, 산책 중, 잠들기 전의 짧은 대화 속에 질문 하나를 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사고는 깊어지고, 관계는 더 가까워집니다. 하브루타는 '형식'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어떻게든 실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입니다.

아이와 부모를 연결하는 질문

가정은 아이의 첫 번째 학교이며,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교사입니다. 그만큼 부모의 말과 태도, 질문 하나는 아이의 정서와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브루타는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훈계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묻고 생각하는 태도를 통해 교육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었다면 왜 싸웠니?”라는 질문 대신 그 친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말을 해볼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 시간 외에도 영화나 뉴스를 보고 난 후 너는 이 장면을 어떻게 생각해?”, “이 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은 가족 간의 대화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질문은 비판이나 지적이 아니라, 생각을 여는 초대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질문하는 사람'이 될 때, 아이는 스스로의 생각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부모와의 신뢰 또한 깊어집니다. 하브루타는 훈육의 언어를 질문의 언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정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일상 속 하브루타의 확장

하브루타는 가정과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서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이 물건과 저 물건 중 어떤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일까?”, “왜 이 물건에 눈길이 갔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소비 활동이 사고력 향상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 도서관, 지역 독서모임 등에서도 하브루타를 도입한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실제로 저는 어린이 성품 교육 강의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질문을 나누는 '하브루타 성품 시간'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은 어떻게 표현하는 걸까?”, “용서가 왜 어려울까?” 같은 질문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했습니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다 보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진심이 오가는 대화로 발전하게 됩니다. 또한, 질문 중심의 활동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질문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됩니다. 하브루타는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자라는 일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줍니다. 어느 날, 초등학생 자녀와의 하브루타 대화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만 배움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활 속 하브루타의 가치입니다. 특별한 교재나 장소가 없어도, 평범한 순간 속에 질문 하나가 들어가면 그 자리는 곧 교육의 장으로 변합니다.

하브루타는 학교 안에 머무는 교육이 아닙니다. 그 정신은 질문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데에 있습니다. 일상에서 실천되는 작고 따뜻한 질문 하나가 아이의 사고를 자극하고, 마음을 열며,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그중 하나의 질문이 아이의 내면을 두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질문은 삶 속에 있고, 삶이 곧 교육이라는 사실을 하브루타는 조용히 가르쳐줍니다. 교실 밖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그 중심에 질문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하브루타가 살아 숨 쉬는 자리입니다.